





「 창월의 세공사 」

Viscount
나의 달은, 너희 하등종 따위가
더럽힐 수 있는 것이 아니야. …
아, 존댓말 써줄까요?
*LD @pyungzzong 님 커미션
눈에 확 띄는 미형의, 그러나 소름끼치는 사람. 아름다운 것이 흔히 동반하는 생기 따위는 애초부터 가진 적 없다는 듯이 차가운 낯을 하고 있다. 좋은 말로는 비스크 돌일까.
길었던 머리카락을 석둑 잘랐다. 곧 결정으로 화할 것이다. 자를 때가 되긴 했지. 어깨 위로 얹은 짧은 머리카락은 진주와 은으로 장식했다. 이른 아침에 내려앉은 이슬을 연상시킨다.
초승달 형태의 동공. 희게 빛나며, 아름답다.
귀족적이라는 표현이 이토록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다. 만드는 데에도 관리하는 데에도 입는 데에도,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것만을 몸에 걸쳤다.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등의 액세서리는 착용하지 않는다.
신발은 걷고 뛰기 좋은 군화 계열이다. 프릴과 리본 등이 맵시 좋게 붙어 있어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전투에서 발로 뛰는 일이 많은 미하일 포포프에게는 어쩔 수 없는 착장.

【 가문 】
:: 개요
미하일 라주라이트 포포프가 초대 가주인 노블레스 가문. 신흥 가문이라 이르기엔 300년 가까이 지속된, 나름대로 유서 있는 가문이다. 초대 가주가 지금까지도 가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름대로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었을 테지만.
동시에 초대 가주 홀로 가문의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꽤, 능력 있는 자다.
백작으로의 승작 이야기가 있었으나 후계자를 잃으며 사라졌다. 새로운 후계자가 무사히 성년이 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개되지 않을까 싶다.
꽤 부유한 편에 속한다. 거기에 가주는 수도 사교계에서, 살롱이나 클럽에서도 반기는 명사다. 다만 최근에는 뒷말이 좀 나오는 모양이다.
:: 영지
서부 메모리아의 작은 섬 세 개, 북부 메모리아의 도시 하나. 지금은 무의미하나 탄툼에도 영지가 있다.
1205년 탄툼 반란이 있은 후부터 자작은 영지에 머물기보다 서남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래도 영지에 소홀한 적은 없다. 포포프 자작의 영지들은 다른 건 몰라도 청금석만큼은, 과장 좀 섞어 아이들의 구슬치기 놀이에도 쓰일 만큼 많다. 물론 다른 것도 자작이 채우고 있다.
주된 수입원은 북부 메모리아의 광산이다. 다른 영지에는 작은 농장이 몇 있는데, 수익은 거의 나지 않고 영지민을 먹이는 데에 쓰인다.
북부 메모리아의 영지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저택이 있다.
:: 가문 구성원
가주를 포함하여 다섯밖에 되지 않는다. 포포프 성을 쓰는 불완전한 자와 그 배우자까지 세어서 겨우 다섯이다. 노블레스만 세면 단 둘 뿐. 그마저도 몇 년 전까지는 하나였다.
1205년의 반란 당시 희생된 탓도 있으나, 애초에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 가문 마크
그 자신의 눈을 닮은 초승달을 가문의 주된 문장으로 사용한다. 영지를 수여받거나 공적을 세워 치하받을 때마다 문장의 장식을 추가해나갔다. 포엔느라인에서의 공적으로 은제 지팡이를 하사받고는 그 모양을 본따 초승달의 양끝을 이어 반지 형태로 만들었다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때의 일로 남작에서 자작으로 승작하였다.
현재의 문장은 이러하다. 반지 형태의 초승달이 하나의 큰 별과 세 개의 작은 보석을 품었다. 또한 다투라 이파리를 그믐달 형태로 이어, 기존의 초승달을 감쌌다. 초승달은 가주, 다투라는 탄툼의 영지, 큰 별과 보석 셋은 북부와 서부 메모리아의 영지들을 각각 뜻한다.
장식으로 사용할 때에는 은과 청금석, 진주, 산호, 자개 따위로 화려하게 만든 것을 쓴다.
찬드라인이 운용하는 단체의 문장을 알고는 코웃음을 쳤다. 분수도 모르고. 그들이 발디딘 땅은 본래 퀸의 영토인데, 감히.

【 성격 】
:: 조용한, 철저한, 예민한
미하일 포포프는 어릴 적부터 까칠하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가 스티그마타를 발현했을 때 축하의 말 뒤로 네 보살핌을 받게 될 영지민들이 불쌍하다는 말이 곧장 따라붙었을 정도다. 가끔은 후자가 먼저 나오기도 했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린섬의 속담인데 300세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까칠한 성질머리를 무사 보존하여 운영 중인 걸 보면, 메모리아의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는 스스로의 예민함과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기 십상인 까칠한 화법을 잘 안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다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이후의 뒷수습을 귀찮게 여긴다. 때문에 심사가 뒤틀릴 때, 그 뒤틀린 심사를 참아낼 인내심이 없을 때, 제가 끼면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을 때에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한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본다… 평소 조용한 게 그 때문이다.
그 탓에 이전에는 나이든 세대를 제외하면 그저 조용하고 진중한 자로만 알고 있었지만, 근 백 년간의 일로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노블레스들이 그를 보다 ‘정확히’ 알게 되었다.
해도 그의 예민함이 오로지 단점으로만 분류되지는 않는다. 기술한 대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데에, 혹은 상대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대신 알아채거나 함정의 조짐을 눈치채거나, 기타 등등. 단적인 예로, 그는 세심한 영주로 여전히 영지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 귀족적인, 체화된 품위
젊은 시절 미하일 포포프는 ‘노블레스다운’ 성격을 가지려 노력한 적이 있다. 시도는 성공적이었으며 꽤 오래 지속되었다. 그러나 찬드라의 하등종에 의해 명예가 짓밟힌 후로는 알고 지내기 곤란한 성정이 상당 부분 되살아났다.
지난 세월 동안 체화된 품위 덕에 아주 상대 못할 지경은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깎아지른 듯 높은 자존심은 노블레스다운 오만함으로, 제 것을 신경질적으로 지키던 독점욕은 영지민에 대한 애정으로, 더러운 성질머리는 찬드라의 하등종에게로 돌렸다. 가끔 노블레스들에게도 향하지만, 성질 더러운 노블레스가 어디 포포프 자작 하나 뿐이던가? 그 정도는 괜찮다.
짧지 않았던 연기의 세월, 혹은 인격 성형의 세월. 이백 년의 시간은 그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지인들의 무수한 염려와는 다르게 그는 노블레스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퀸의 검으로, 국민들의 방패로, 자신의 완전성을 봉헌하여…
다시 말하지만 그는 인기 좋은 영주다. 미하일 라주라이트 포포프는 ‘저희 영주님은 저희 진짜 좋아하신다고요’ 소리를 들으며 산다. ‘포포프 자작이 성질머리가, 실례, 다소 거친 면모가 있지만 믿을만하지’ 같은 소리도. 이 얘기를 후견인이 들었다면 기뻐 눈물을 흘렸겠으나, 안타깝게도 그전에 계승의 방에 들어갔다.
어찌됐건 삼백여 년을 노블레스로 살아온 이다. 그를 두고 귀족의 품위를 논할 자는 그리 많지 않다.
:: 뒤끝 있는, 까다로운, 괴팍한
그와 오래도록 친밀하게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두드러진 것은 최근이다.
미하일 포포프는 당한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아주 위험하게도 기억해내는 데에 약간의 지연이 있다. 심지어는 세대 교체도 개의치 않고 찾아간다. 예상치 못한 때에, 예컨대 원한을 산 모 자작의 혈족과 옆동네 모 남작의 혈족의 혼담이 오가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 ‘그러고보니 당신 조모가 그때 나한테… 오호, 좋은 이야기 나누던 중에 죄송합니다. 제가 이 사람에게 받을 게 있어서.’라며 분위기를 잔뜩 흐릴 수 있다는 말이다.
완전히 잊는 일따윈 없으니 주의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진중한 성격의 포포프 남작’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 곤란하다.
【 능력 】
침식: 라주라이트
대상을 침식하여 청금석으로 변환한다. 운용 방식이 극도로 악랄하며, 겉보기에 아름답다는 장점이 있다.
능력을 운용할 때마다 자신의 신체 또한 조금씩 침식된다. 운용 형식에 따라 침식의 형태도 다르다. 어느 쪽이건 재생력에 의해 곧 원래대로 돌아오며 큰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시간에 과하게 운용할 경우엔 재생 속도가 침식 속도를 이기지 못할 수 있다. 흔한 증상은 청금석이 섞인 각혈. 반대로 스티그마타가 폭주할 때에는 자신을 제한 주변을 무한정 침식한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
노블레스를 기준으로, 침식된 신체는 붙어 있을 때에는 청금석의 성질을 띈다. 대상이 사망하거나 신체로부터 떨어져나가면 삽시간에 붉은 빛의 결정으로 변한다. 침식: 라주라이트는 결정화를 이기지 못한다.
【 특이사항 】
:: 위명, 악명
포포프 자작의 영지인 탄툼의 뷸라이저는 찬드라에 가까운 곳이었다. 이백여 년을 그곳에서 군림하며 영민들에게 행복을 안겼다.
1205년, 포포프 자작의 후계자가 찬드라의 하등종에게 사로잡혔다. 몇 년 후 구출되기는 했으나 그 기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이후 유실된 노블레스 개체와 똑 닮은 자가 전장을 휘저었다. 찬드라는 해당 개체의 혈족 혹은 본인이 아닐까 추측했다.
달을 닮은 눈을 가진 푸른 머리카락의 노블레스, 끔찍하기 짝이 없는 라피스 라줄리의 바다. 어디에서고 붉은 눈을 빛내며 아군을 도륙하는 혈귀… 이름 따위는 관심 없지만 그의 특징과 스티그마타를 찬드라에서는 꽤 상세하게 알고 있다. 다만 그뿐이다. 서로가 자신의 원한만을 기억하고 타인의 사정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니 화해 따윈 불가능하다.
:: 출신지
크레센트력 951년 10월 23일, 탄툼의 뷸라이저 지방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날 이때까지 자작위를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뷸라이저는 그의 고향인 동시에 첫 번째 영지이기도 하다. 미하일 포포프의 후견인이었던 노블레스로부터의 선물이다. 그 자신이 이 영지를 다스린 이래 처음으로 불완전한 자가 완전해졌기에 기뻐하며 영지를 나누어 주고 싶다고 요청했다. 퀸은 흔쾌히 해당 노블레스의 청을 수락했다.
지금 와 생각하기로는, 수년간 교육을 받았음에도 아직도 간혹 욕설을 중얼거리는, 젊다 못해 어린 노블레스를 자신의 감시 하에 두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 사샤 폴로니예
사샤 폴로니예는 포포프 자작의 막내딸이자 후계자, 즉 포포프 소자작이었다. 생김새는 자작을 쏙 빼닮았으나 성격은 그렇지 않아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미하일 포포프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
:: 가족
자작 부인은 불완전한 자로 뜨겁고도 달콤한 연애결혼의 주인공이나, 사샤 폴로니예 소자작이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적을 감췄다.
슬하에 한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두었다. 자녀들의 나이차는 큰 편이다. 자식 중 스티그마타를 발현한 것은 큰아들과 막내딸이다. 본래 장자 리하르트 프리즈가 작위를 계승할 예정이었으나 막내가 스티그마타를 발현하자 마음을 바꾸어 포포프 가의 가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205년의 사건 이후 살아남은 것은 자작 부부와 둘째 뿐이다. 그나마도 자작 부인이 사라졌고, 둘째는 노블레스가 아니니 사실상 작위 계승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혼담이 몇 건 들어왔으나 자작이 직접 거절했다.
몇 년 전, 둘째 부부의 자녀 중 하나가 스티그마타를 발현했다. 아이는 자작에게 보내졌다. 둘째인 지젤은 일찍이 노블레스 사회에 편입될 생각이 없음을 밝히고 가문 바깥에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았던 자로, 자녀가 노블레스의 자격을 얻은 후에도 가문에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하다.
새로이 소자작이 된 로럴 그래비티는 포포프 자작의 지도 하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전투 훈련을 우선해 받고 있다.
:: 강경파
확고한 강경파 중의 하나다. 노블레스의 자격을 얻기 전, 불완전한 자였던 시절부터 그랬다. 가축들, 천것들. 그건 그냥 당연한 것이다.
노블레스가 되고부터는 들끓기 시작한 반란군들을 매우 귀찮게 여겨, 그들에게 주제 파악을 시켜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영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카슈르 지대의 분쟁에 참전한 적도 여럿이다.
고분고분한 이들에게는 나름의 자비를 베풀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할 줄 모르는 것들이 감히 사단을 냈다. 후계자마저 훔쳐갔다. 더러운 것들, 죽여 마땅하다.
:: 후계자 살해의 진상
탄툼과 룬티카에서 생활하던 노블레스 가문은 반란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다. 포포프 가문은 개중에서도 심각한 축에 속한다. 당시 영지에 있었던 모든 가문 구성원이 사망, 후계자는 실종…
다행히 그로부터 몇 년 후 포포프 자작이 가까스로 후계자를 구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러나 해가 바뀌기도 전에 사교계는 포포프 소자작 사샤 폴로니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포포프 자작은 소자작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강경파를 부추겼다. 그는 당장 남진하여 그들을 벌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본을 보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상황에서 할법한 이야기는 맞다. 그러나 상실을 슬퍼하지 않는 듯한 모습과 지나치게 간단한 해명이 의심을 불렀다. 포포프 소자작의 명예를 위한 일이라니… 단순히 그가 증오에 미친 것은 아닌가?
때맞추듯 변한 성정은 의심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지금의 호사가들은 보다 섬뜩한 추측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포포프 자작의 귀에 들어갔다간 경을 칠 이야기들.
물론 반대로 그에 대해 호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충분히 있다. 그 사건에 대하여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탓이다. 감히 영원의 판단을 의심하는가? 포포프 자작의 험담을 속살대는 이에게 그리 쏘아붙이는 것이다… 진실이 어떨는지는?
:: 보석 세공
아는 사람은 아는 미하일 포포프의 취미다. 시작은 ‘그 급한 성질을 고쳐보라’는 후견인의 권유였지만.
북부 메모리아에 영지를 얻으며 보석을 비교적 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되고부터는 청금석 외에도 많은 보석을 다루고 있다. 평범한 세공도 잘하지만, 특히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꽃 형태로의 세공이다.
북부 메모리아에 위치한 저택에 그 취향이 특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 저택의 정원에는 사치스러운 조화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태를 뽐낸다. 재료의 한계가 있어 줄기나 이파리는 청금석이고, 꽃도 절반 정도는 청금석이 차지하고 있으나 다른 보석으로 만든 꽃의 수량도 상당하다. 지금도 가끔 꽃의 배치나 종류를 변경하곤 한다. 정원이 아닌 저택 내부의 꽃도 대부분 그가 세공한 꽃이다.
때문에 그의 저택은 라주라이트 하우스보다는 라주라이트 가든으로 더 유명하다. 라주라이트 가든의 사용인들은 내심 ‘조화 정원’을 깔보던 손님들이 실물을 보고 충격받는 것을 즐거워한다.
여담으로, 탄툼에 있던 저택의 정원과 조경의 결이 같다. 보석 세공보다 오래된 취미 생활은 그것이 아닐까.
이번 일에 보석과 원석, 세공 도구를 가져온 건 위장을 위해서지만, 1할 정도는 심심풀이기도 하다.
:: 귀찮은 버릇
툭하면 자기 후계자를 소개시켜주려 한다. 목적은 크게 둘이며 비율은 엇비슷하다.
하나는 후계자와 대련해줄 수 있느냐. 전투 방식이 마음에 들었을 때의 일이다.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식의 조롱인 경우도 상당하다.
다른 하나는, 늘 권유 방식이 달라지는데, 알맹이는 같다. 후계자와 데이트할 생각이 없느냐는 뜻이다. 다만 그가 마음에 든 대부분의 노블레스는 이백 살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나이 차이도 이백 살쯤 난다는 뜻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제안이다. 자작 본인의 나잇대가 나잇대이니 마음에 드는 이도 비슷한 나이일 수밖에 없기는 하다.
이런 요청은 언제나 진심(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듬뿍 담아 건네진다.
:: 본명
이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당시 미하일 포포프가 상당히 어렸음을 알린다. 기백 년 전의 언행을 기반으로 현재의 그를 논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름이 그다지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다. 미흐샤라니, 차라리 어디 묘지에서 이름을 적어오는 편이 나았을 것을.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다니, 어떻게 이런 근본 없는 이름이 있을 수가? 언젠가 반드시 개명할테다, 하고.
그런 그가 스티그마타를 발현했고, 노블레스로서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생겼다. 그럼 당연히 개명해야지. 이름을 묻는 영주에게 미흐샤 포포프는 자신을 미하일 포포프라고 소개했다. 물론 기술한 유치한 사유를 보다 있어보이도록 고쳐 말했다.
미흐샤 포포프, 버린 이름이다. 그러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족 간의 애칭이었지 않을까? 최근 들어서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에도 이름이 아닌 애칭인 미샤를 권하기 시작했다. 미하일의 애칭이기도 하지만, 발음상 미흐샤에 더 가깝게 들린다. 이때 미하일이라고 불러도 크게 개의치 않고, 애칭을 불러도 대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옛 이름을 부르면 나름 흡족해하지만 어디서 그 이름을 알았냐고 묻는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단 미으샤나 미르샤 등 잘못된 발음으로 부르면 경멸한다. H 발음을 제대로 살릴 자신이 없다면 관두자.
:: 스티그마타
포포프 성씨를 쓰는 노블레스는 모두 광물과 관련한 스티그마타를 지녔다. 로럴 그래비티는 미들네임에서 알 수 있듯 전혀 별개의 스티그마타를 발현했지만.
사샤 폴로니예는 일찍 죽어 그의 스티그마타로 만들어진 월장석은 그리 많이 풀리지 않았지만 리하르트 프리즈는 꽤나 오래 살았고, 미하일 라주라이트는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들은 노블레스답게 능력을 베푸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시중에 풀린 청금석과 석영의 1/4는 그들이 만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티그마타로 만들어져서인지 다른 스티그마타를 각인했을 때의 효율이 좋다. 혹은, 그렇게 생각된다. 어쨌든 노블레스의 스티그마타고, 더 나쁜 것은 아닌데다 만든 본인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는 자는 없다.
북부 메모리아의 자급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포포프 자작가는 늘 적절한 선에서 보석 수급을 조절했다.
+ 타임라인
951년 미흐샤 출생
1012년 미하일 라주라이트 포포프, 남작위 수여
1078년 오브리 조와 혼인
1080년 리하르트 출생
1116년 지젤 출생
1180년 사샤 출생
1205년 리하르트 프리즈 사망
1209년 사샤 폴로니예 사망
1283년 로럴 출생
:: 기타
성격이 많이 바뀐 지금 누구에게나 다짜고짜 반말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존댓말을 사용한다. 말투는 태도를 정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미하일 포포프 자작은 이래봬도 다툼을 멀리하는 성격이다. 소소한 다툼만 멀리한다는 각주가 붙지만, 어쨌든.
아주 어린 노블레스나 불완전한 자에게도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출신이 출신이니만큼 상스러운 말을 여럿 알지만, 입에 담는 일은 없다. 아니, 노블레스가 그런 말 쓰면 안 되지. 찬드라의 하등종들에게도 상당히 기분 나쁜 어투이기는 하나 존대를 사용해주기는 한다. 그걸 기분 나쁘게 듣는 하등종이 잘못이라고 여긴다.
듣기 좋은 미성의 소유자다. 사실 목소리 뿐만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요소를 가졌다.
포포프 자작 부인 오브리는 본래 다른 노블레스 가문의 사용인이었다. 나름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연애했지만 둘 다 아무도 모를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오오, 연애결혼.
신분 차가 있었지만 미하일 포포프가 불완전한 자 출신이었으니 다들 그럴 법하다 여겼다.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으나, 사오십 년 전쯤부터 흐트러진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소문이 돈다. 옷차림은 단정하다, 단정한데…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이. 코트를 이불 삼아 덮고 있었다고 한다. 노블레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그 사건은 미하일 포포프를 참 많이 바꿔놓은 모양이다.


북부의 동지
같은 북부의 땅에 안착했던 가문들로, 지금은 미하일의 손주 로럴과 막내 몰리의 교류, 사업적 교류, 과거의 강경파 였던 북부의 모임 등으로 자주 마주했던 이들이다. 네핀은 미하일을 잘 따르고 있는 한편 무서워 하고 있는 한편에 미하일은 오히려 그런 네핀을 일방적으로 귀여워 하고 있는데....


꽤나 오래된 친구
포포프 남작의 열애가 유명했던 건, 물론 노블레스 사회에서는 퍽 드문 연애결혼이어서도 있지만 그 사용인이 샤덴프로이데 공작가의 사용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렴, 그게 어떻게 비밀 연애가 될까? 새파랗게 어린 남작이 고작 사용인을 만나고자 공작저를 들락거리는데. 그 둔한 샤덴프로이데 공작이 눈치를 채고 도움을 주었을 정도다. (그러나 포포프 자작이 후에 말하기를, 눈치 없음으로 작위를 딴 것이 틀림 없다고.)
그러던 것이 어쩌다 친구가 되었느냐면..., 모르겠다. 친구라는 걸 두 사람 모두 알지만, 그냥... 어쩌다보니. 원래 친구란 것이 다 그렇다. 얼굴 자주 보고, 성격 좀 잘 맞고, 이런저런 일들이 들어맞으면.
이전에는 늘어져있는 아벨리스에게 미하일이 잔소리를 했지만, 최근에는 미하일 또한 옆에 늘어져있는 모습이 사용인들의 눈에 띈다. 노블레스의 눈앞에선 그런 적 없다고? 아벨리스도 노블레스긴 한데... 그것이...


지나치게 당돌한 어린 자작
더 많은 자가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늘상 전쟁에 치여 사는 어린 노블레스에게라면, 그리고 제게 직접 찾아와 말할 정도로 당찬 이에게라면 빌려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가끔은 제가 그 전투에 손을 보태기도 할 정도였다. 좀 맡겨놨나, 싶긴 하지만,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날 속여? 내 걸 못 알아봤다고? 장난하나? 화가 풀리려면 조금 걸릴 것이다...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과연?)
덧붙여,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뢰베 둠 트로이 자작과 혼담이 오간 적이 있다... 정확히는 트로이 자작이 독단적으로. 1221년의 혼담은 가볍게 보고 적당히 거절했으나, 1234년의 혼담은 직접 찾아가 거절했다. 경영난을 겪는 트로이 자작의 영지를 위한 위로의 선물도 조금. 한때 정치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을 뿐으로 어떤 감정적 교류가 있지는 않다.


전우의 아들
전대 슈츠 후작은 꽤 좋은 사람이었다. 전쟁터에서 마주한 시간이 티룸에서 마주한 시간보다 길었지만, 두 사람은 친구라 부르기에 충분한 관계였다. 딸을 죽였다는 소문을 말하는 이에게, 지금 내 앞에서 친구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리는 것이냐고 쏘아 붙일 정도로. 그런 굳건한 믿음의 기반은 포포프 자작이 전 슈츠 후작의 목숨을 구해준 데에 있으며, 기나긴 우정의 시간 동안 보인 신의가 줄기를 이루었다. 안타깝게도 후작은 전사했으나, 포포프 자작은 그의 유해를 회수해오는 데에 성공했으니 그는 목숨에 이어 슈츠 후작의 명예 또한 지킨 것이다. 현 슈츠 후작인 재커리 리터 슈츠와는 마주한 적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전쟁터에서 더 자주 만나다보니. 이름 정도는 알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귀여워하고 있다.


아름다운 적
미하일 라주라이트 포포프는, 라주라이트 가든에서 알 수 있듯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색의 조합이 완전하여도 좋고, 조형이 그러해도 좋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마음에 들어한 것은 련화, 니샤카라의 웨... 뭐더라? 미하일에게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자. 그러니까, 그녀를 갖고 싶다. 사샤 폴로니예가 라라를 길렀듯, 미하일 라주라이트는 련화를 기르고 싶다. 그 핏줄을 가지고 싶다. 지금은 다른 것에게 충성한다느니 입을 놀리지만 승리하고 나면 그건 알 바 아니지. 무릎 꿇리리라. 그리고 이 아름다움의 다른 면모도 보고 싶다. 어떤 것과 교배를 시켜볼까? 꽤 흥미로운 고민거리를 하나 얻었다.


얼음꽃 정원
두 사람이 정말 인연이 없느냐면, 그건 아니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아는 사이도 아니다. 두 노블레스를 이어주는 끈은 그들의 정원, 정확히는 그 방문자들의 입방아였다. 얼음꽃 정원이지, 그저 푸르기만 한 라주라이트 가든은 좀. 멋이 부족하지 않나? 라주라이트 자작이 그 정원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줄은 알고? 정작 자작은 그 소문에서 호기심을 느꼈을 뿐으로, 몇 번인가 다른 사람의 초청에 끼어 테오도르 후작저의 정원을 방문했다. 아, 그 시리도록 맑은 아름다움이란. 다른 이들의 감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흠... 같은 걸 보여주면 될까? 해서, 아들을 닦달해 테라스에 석영 화원을 조성했다. 그 조성 시간이 오래 걸려 아직까지 말은 못 꺼냈지만.
아, 언제 운을 띄우지? 그게 최근 미하일의 고민이다.


레이디 슈
전대 백작부터의 연으로 슈블랑이 아주 어릴 때부터 보아왔다. 높이높이라거나 슈웅이라거나 하는 것을 슈블랑에게 처음 알려준 것이 미하일이었고, 어린 슈블랑은 그것에 푹 빠졌다. 어쩌면 자작에게도.
몇 번인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어린 슈블랑에게 리하르트 오빠랑 결혼하면 너도 내 딸이 되는 거란다, 그런 소릴 한 적 있다. 슈블랑은 '포포프 자작님이랑 결혼하면 안돼요?'라고 답했다.
그땐 많이 귀여웠는데, 언제 이렇게 많이 컸는지.
이젠 높이높이나 슈웅 같은 걸 해달라질 않는다. 정말, 너무 많이 큰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귀여우니까, 나쁘지 않은지도.


딸처럼, ...딸처럼?
미하일은 가족에게 막되먹게 구는 이를 혐오한다. 원래도 그런 사람이었고, 자식 둘을 잃은 후에는 더욱이 그러했다. 트로이 자작 뢰베 둠에게 보이는 호의의 기반에는, 전 트로이 자작에 대한 반감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제 없어서 잘 못해주는 아내고 자식인데, 저것들은 배가 불러가지고. 중략. 그가 스노우에게 보이는 호의 또한 같다. 내 딸이 살아있었다면, 내 딸이 죽지 않았다면, 내 딸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해주었을 것들을 하나씩. 혼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블레스의 태도를 교육했다. 보다 곱게, 보다 사랑스럽게, 줄 수 있는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들킬 줄은 몰랐다. 작위를 계승한 노블레스에게 이 무슨 무례인가. 그래서 숨겼지. 문제는 그가 꽤 허술한 사람이라는 데에 있었고, ...다행인 건, 스노우가 허락해주었다는 사실. 딸처럼, ...딸처럼. 그렇게 여겨도 되는 이가 하나 생겼고, 미하일은 그것이 기쁘다.